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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0-14 11:30
[제3회대회] 청도반시대회 = 안개 속에서 하프페메를 하다.
 글쓴이 : 정병호
조회 : 682  

 

 

 

벌써 재작년이다.

11월 말쯤 부산에 갈 일이 있어 KTX 를 탔다.

한참의 여행은 약간의 지루함을 동반한다.

예의 그 지루함에 익숙해 질 때쯤, 청도를 지났다.

청도를 지나면서 지루함과 피곤함이 단번에 달아남을 느꼈다.

눈앞에 펼쳐진 그 아름다운 광경.

잘 알겠지만 청도는 감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나뭇잎을 모두 떨어뜨린 고혹한 자태에 주홍색 감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그 광경은 이 세상에 그 어느 꽃나무와 견주어도 결코 떨어지지 않을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기차만 타면 그때 그 기억에 사로잡혀, 그와 견줄만한 광경이 없나 하고 유심히 차창을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나는 아직 그때 그 기억을 떠올리면 가슴 한 곳 묻어 둔 청초한 이야기처럼 새초롬 번져 나가는 입가의 미소를 느낀다.

새벽은 안개로 덮여 있다.

새벽안개 사이로 는개비가 내리고 청도역 앞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오고간다.

어디 아침 먹을 곳이 없나 여기저기 기웃거려도 마땅한 식당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 블록을 갔을까? 분식집이 눈에 들어오고 분식집은 테이블 몇 개와 좌우로 놓인 의자가 몇 개.

분주하게 몸을 움직이는 아주머니 두 분.

식탁위엔 신문지가 보이고 신문을 집으려다가 마음이 복잡하여 내민 손을 거둔다.

순두부를 시켜 놓고 밖을 바라본다. 차 한대 다니지 않는 거리엔 경운기를 몰고 밭으로 나가는지 초로의 부부가

앞뒤에 앉아 있다.

순두부 맛은 개운치가 않다.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고 혹여 뛰다가 배고픔에 처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먹는다.

운동장 가는 길을 물어보고 걸어가도 되냐니깐 아주머니 흘깃 뒤돌아보더니 버스를 타고 가라신다.

버스정류장엔 교복 입은 학생들이 보이고, 정류장 옆 약국이 문을 열었다.

7시 40분.

몸살기가 있어서 쌍화탕을 사고 스프레이 파스도 산다.

아직 안개는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도대체가 떠날 줄을 모른다.

운동장으로 가는 택시 안.

기사가 운동장에 왜 가느냐고 묻는다. 웃으면서 설명 해 주니 안개가 이렇게 자욱한 날은 엄청 더운데

그 힘든 걸 왜 하냐고 웃는다.

글쎄!

왜 할까?

군데군데 물기가 있는 운동장엔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한다.

대회 주최 측에서 미리 마련해 준 토끼 부스를 찾아 가방을 내려놓고 관계자에게 배번을 달라하고

10km , 하프등 시간대별로 배번을 가지런하게 정리하고 베번 위에 옷핀을 개수대로 올려놓는다.

배번이 특이하다.

청도역 앞 도로에도 운동장에도 몰려다니던 안개가 걷히고 하늘이 점점 제 모습을 찾아 갈 즈음

친구들 모습이 하나 둘 나타난다.

손 인사를 하고.

배번을 달고 간단하게 기념촬영.

스트레칭 후 각자 페이스메이커를 알리는 노란 풍선을 매 단다.

출발신호가 울리고 사람들은 제 각기의 언어로 말 을하며 바람 속에 견고한 입상처럼 뛰어 나간다.

낯선 곳, 낯선 장소에서의 낯선 사람들을 이끄는 페이스메이커.

그들과 같은 무리를 지어 앞으로 내닫는다.

어느 날 불현듯 물 묻은 새벽. 세상에 낮게 엎드려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안개.

축축한 안개 속에 갇혀 세상을 이야기 할 때 어디쯤일까 침묵의 목책 속에 갇힌 먼 땅으로

마음 한 자락 어느 곳 걸어두는 법 없이 구름의 말을 배우며 내닫는다.

어느 곳이든 기척 없이 내닫는다.

운동장을 내려와서 본격적으로 주로에 들어서는데 교통통제가 제대로 안되는지 앞으로 버스 두 대와 승용차 한 대가

길을 가로 막는다.

뿜어져 나오는 매연을 고스란히 먹으면서 달린다.

군청을 돌아 작은 길로 들어설 때 까지 매연을 마시다 보니 목이 깔끄럽다.

군청을 지나 작은 길로 들어서니 복잡하던 생각 다스리듯 별천지 같은 풍경이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나는 감동한다.

나의 감각들이 초연하게 일어선다.

살갗에 부딪히는 바람과 눈앞에 펼쳐지는 청도천의 푸른 물결과 하늘에 닿은 높지 않지만 예쁜 산과

황금색으로 물든 논과 아직 무성한 잎을 달고 있는 감나무. 그 이파리 사이로 보이는 감들과

목장들. 이따금 긴 숨을 내쉬며 소울음을 하는 소들과 길가에 가지런히 피어 있는 꽃들,

내 몸의 전부가 어둠 속에서 뛰어 나와 밝음으로 바뀌는 듯 한 착각에 빠진다.

너무나 투명한 시골의 풍경.

코발트 빛 하늘이 가볍게 내려앉아 나의 영혼을 어루만져 주는 듯하다.

그 하늘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슬픔도 고통도 심지어 죽음도 가까이 가지 못할 것 같다.

더듬더듬 나는 그동안 끊어진 생각의 줄을 찾는다.

감각을 찾고 마음을 찾는다.

청도교 다리 난간에 붙은 분수.

마치 음악에 맞춰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유치원생들의 율동같이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무지개를 허공에 띄운다.

아아, 희망과 감동이 가득한 세상.

그곳이 어쩌면 지금 내가 뛰고 있는 이곳이 아닌가 한다.

경주동아 때 2시간30분 하프 페메를 하신다는 분이 같이 뛰다가 앞으로 나간다.

지난 4월 경주벚꽃대회 때 메 달았던 커다란 풍선을 달고 뛰신다.

풍선은 왜 달으셨냐고 했더니 페메훈련차 경험 해 보려고 매달고 뛰신단다.

시간을 보니 빠르다.

5km 까지는 시간이 들쑥날쑥.

5km를 지나면서 페이스가 안정이 된다.

주로에 자봉하는 학생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응원 해 주고 작은 말에도 까르르 웃어주는

그 모습이 너무 보기가 좋아 만나는 학생들에게 계속 말을 걸어 본다.

유유히 흐르는 냇가엔 아직 억새가 드문드문 보이고, 물비늘 반짝이는 빛에 피로가 풀린다.

얼 만큼을 갔을까? 큰 길에서 우회전 하라는 안내자의 지시대로 우회전 하니 작은 길이 보이고

얼 만큼을 갔을까?

감으로 염색한 무명을 널어 말리는 곳을 지나간다.

쳔연염색재료를 써서 무명에 파랗고 노랗고 빨갛고 색색으로 물들인 옷감을 널어 말리는 장관을 보고

예전 꽤 유명한 중국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그곳에 사는 분들이 모두 나와 주지들을 격려한다.

파이팅을 외치고 몇 가구 안 되는 작은 마을로 들어선다.

아기부터 할머니까지.

가구 수는 얼마 안 되지만 온 식구가 모두 나왔나보다.

아이들은 까맣게 탄 얼굴을 하고 신기하듯 우리를 쳐다본다.

손을 흔들어 주니 파안미소.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길은 더 협소해지고 길옆으로 사과나무가 보인다.

복숭아나무가 보이고 이름 모를 꽃이 핀 그 길엔 봄빛이 아직 남아 있는 것처럼 소담스런 길이다.

하프코스 절반을 알리는 센서를 지나 과수원 길을 달리니 그 끝에 다시 큰 길이 보인다.

언덕.

숨이 턱에 찬다.

2달을 부상으로 뛰지도 못하고 페메의 책임을 다하려는 나의 생각이 미련스럽게 느껴진다.

공포를 기다린 던 언덕을 무사히 오르고 숨을 고르며 천천히 내리막을 내려간다.

다시 좌회전 하며 4차선 도로로 들어선다.

다친 발가락의 발톱에서 기다렸다는 듯 의문의 신호를 보낸다.

망설임을 대신하던 의문의 신호가 아픔으로 전해질 즈음 생각을 지배하고 있던 감동들이 마음에서 서서히 빠져나감을

느낀다.

포기를 해야 하나?

멀리 경주동아 페메훈련차 왔다던 어르신(연세가 71세라신다. 경주동아 안내 책자에 2시간 30분페메 사진이 실렸다)

의 모습이 눈에 잡힌다. 페이스가 초반보다 현저하게 처저있다.

14km 지점을 통과하면서 급수 대에서 물을 마시고 스트레칭을 한 후에 천천히 출발.

어르신과의 격차가 좁아지고 드디어 동반주.

어르신의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기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아 계속 의중을 여쭙는다.

완주하셔야 한다는 의지를 계속 보이시는 어르신에게 그러면 풍선을 대신 메고 뛰겠다고 했더니

순순히 응하신다.

다음 급수 대에서 내가 메달은 풍선을 자봉하는 학생에게 넘겨주고 어르신이 어깨에 있던 풍선을 떼어

내 어깨에 매단다.

바람에 풍선이 날린다. 마치 뒤에서 누가 당기는 것 같다.

지난 4월 바람이 엄청 불던 경주벚꽃대회가 생각난다.

쓴 웃음이 흐른다.

어르신은 점점 힘이 빠지시는지 자꾸 고개가 땅을 향하신다.

주로에서 나는 한참을 기다렸다.

가을 낮. 햇살을 받은 나의 생각들이 가늘게 휘청거린다.

빨간 맨드라미가 땅에 붙어 제 생명을 불사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설핏 아무도 보아주지 않을 것 같은 어둑한 곳에 피어 있는 작은 맨드라미.

그곳에 있어야 할 의미에 대하여 잠깐 생각한다.

어르신은 15km 까지 시간에 맞춰 제대로 달리셨다는 말씀을 메아리처럼 되뇌신다.

내가 확인했다고 말씀드리니 그때서야 말씀을 멈추신다.

군청을 지나 운동장 애드벌룬이 눈에 들어오고 약간의 오르막.

대회를 끝내고 돌아가던 사람들이 가는 걸음을 멈추고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늦게 뛴다고 창피한 것은 없다.

오히려 따듯한 격려를 받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하늘을 본다. 하늘이 동그랗게 잠을 자고 있다.

윙크를 해 본다.사랑해 해 본다.

알아들었는지 자다가 깬 하늘이 배시시 웃는다.

웃는 모습이 너무나 예쁘다.

운동장 초입.

유도요원의 안내를 받아 운동장으로 들어선다.

운동장 장내아나운서의 멘트를 들어보니 대회의 모든 상황이 종료 된 것 같다.

아직 뛰는 사람이 있는데 ...

대화 참가자 부스를 지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는다.

4코너를 돌아 토끼부스 앞.

친구들이 너울이 힘! 힘을 실어준다.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

드디어 골인.

2시간 29분.

어르신은 골인 하시더니 내 앞으로 무너지신다.

놀란 마음에 그늘로 모시고 신발과 양말을 벗겨 드리고 물을 드시게 한다.

한 숨 돌리신 어르신이 고맙다고 하신다.

순간 힘듦이 모두 사라진다.

그것은 추수를 끝낸 농부의 마음과 같은 것이다.

어느 정도 진정되신 모습을 보고 부스로 돌아왔다.

청도반시대회가 가져간 2시간 39분.

주로에 흘린 땀. 내가 남긴 숨소리.

발자국.

내가 받은 감동. 새 생명과도 같은 무한한 생각.

마음 따스해지는 情.

아련한 추억.

수년전 기차를 타고 꼭 한 번은 들려야겠다던 청도를 이렇게 가보고 거기서 아름답고 멋진 추억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하여 내가 너무 행복하다.

20101013   생각의 너울

발 부상으로 2달을 뛰지 못한데다가 페메라는 부담감으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고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한 덕에 무사 완주 했다.

같이 한 친구들 고맙다.


안미경 11-10-2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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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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